* 프라가리아메모리즈 기반 2차 창작
* 원작과는 무관한 2차 창작입니다.
* BL 러브라인이 있습니다.
※ 약 근친요소(진짜 근친은 아닙니다)가 있습니다.
* 이번 화의 경우 감정 묘사 또는 상황 설명이 썰로는 부족하여 소설로 쓰게 되었습니다.
* Ep14에서 이어집니다.
* 24.10.28 이후 원작자 분께 저작권을 넘겨받아 일임하게 되었습니다.
차코와 턱샘- 둘은 형제였다.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남이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인 바도밤의 손에 거두어져 형제로서 연이 맺어졌다. 또 다른 동생인 아루펙도 함께- 그렇게 셋은 형제로서 10여년을 함께 보냈다. 비록 어린 시절 삶은 가난했지만 서로가 있었기에 함께 즐거이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어느 날 갑자기 깨어졌다. 서로가 남이라는 걸 알고 난 후 아루펙과 차코는 돌연 교제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것은 형제의 연을 소중히 하던 턱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록 아버지인 바도밤이 둘의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했기에 턱샘도 형으로서는 인정해줬지만 그 스스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아니, '된 듯 싶었다'.
불쑥 찾아와선 그 전의 이야기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네 어쩌네하며 찾아 온 제 동생의 행동이 턱샘으로선 이해도 가지 않았고 매우 불쾌했다. 말이라도 해주면 그나마 나았건만-
"너하고 분명, 그 때 이야기가 다 되었을 텐데. 나는 형으로서 너희들의 길을 응원하겠다고."
"아- 그래? '기분나쁘고 역겹지만 동생이니 봐주겠다'?"
"...너, 무슨 소릴 하려는 거냐."
"난 지금 형에게서 그런 두루뭉술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 온 게 아니야. 끝장을 보자고."
"...너, 이 자식이......."
평소에는 동생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던 턱샘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아- 그 때처럼 또 때리려고? 차코가 비아냥거리자 턱샘은 입술을 짓씹었다.
"형이나 나나, 서로의 입장은 같아. 우린 형제야.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닌 남남이지만 어쨌든 가족으로 이어져있어.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
"...그래서?"
"그래서라니, 형답지 않게 차갑네. 뭐,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진짜 진지하게 얘기해줘."
"......."
"나와 아루의 사이, 어떻게 보고 있어?"
차코의 말에 턱샘은 움찔했지만 여전히 차갑게 대답했다.
"너희는 내 동생이다."
"......."
"동생들이고, 서로의 교제에 대해서 이해할 수는 없지만 너희들의 결정이니 형으로서 인정하고 있어. 됐지? 그것으로 끝이-"
"끝이라고 누가 마음대로 정하랬어?"
쾅! 차코는 분을 못 참고 벽을 주먹으로 쳤다. 분명 아팠을 것임이 분명했기에 턱샘은 그래도 형으로서의 본능이 있었는지 움찔했다. 하지만 차코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파봤자 마음 속에 응어리졌던 상처보다 더 아플까.
"그게 진짜 끝이야?"
"...차코."
"대답해. 그게 정말 당신이 이야기하는 '끝'이냐고."
차코의 눈빛은 평소와 다르게 매서웠다. 그 매서움 끝에 담긴 고뇌를 턱샘은 순간 읽고 말을 잃었다. 여기서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잘못 대답했다간- 차코는 자신을 떠나간다. 그리고 그 관계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 평생을 서로 원망하고 살아갈 것이기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못할 짓이다.
"...나, 나는... 형으로,서......."
"지금 내가 형으로서의 입장을 듣고 싶댔어? 나는 당신의 입장이 듣고싶어, 턱샘."
"...너......!"
"1년하고도 몇 달 동안 생각했어. 우리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서로 아니꼽지만 억누르며 살아간다면 평화가 지켜질까? 서로 이해는 못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인정하고 살아간다면 괜찮아질까?"
"......."
"아니, 오히려 더 쌓이기만해. 서로 오해와 갈등이 더 쌓여서 답답하고 서로에 대해 이유없는 화만 쌓이잖아? 그걸 바라고 있어?"
"......."
"1년 전에 이야기했잖아. 형으로서가 아닌 턱샘 당신으로서 우리를 마주하고 싶다고. 그랬는데 지금까지 우릴 제대로 마주한 적이 있어?"
"......."
"침묵만 하지말고 제발 뭐라도 말 좀 해봐!"
차코의 눈에서 끝내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를 터뜨렸기 때문일까. 몇 달을 가둬둔 울화는 눈물이 되어 차코의 뺨을 적셨다. 그 모습을 보니 턱샘도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사랑하는 동생인데, 그렇기에 이해하고 싶었는데... 스스로 정한 자신의 마음은 그런 동생의 결정을 막으려고 했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로 억지로 인정하려고 했다- 본심은 여전히, 그렇지 못한 채로.
"...말하겠지만, 너희는... 내 동생이다."
"......."
"동생들이기에 너희들의 모든 것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었어. 하지만... 형제 간의 사랑은, 죄악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기에... 너희를 인정할 수 없어."
"...그래, 결국 그렇게 본심을 드러내는구나."
차코는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절연만이 답인건가. 머릿속으로는 그럴 각오를 이미 마쳤건만 속으로는 그것만은 막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울며 자신을 말리고 있었다. 그 마음의 근원은 턱샘을 향한 사랑이겠지. 피보다도 더욱 진한 형제의 인연에서 비롯된 형제로서의 사랑은 어떻게든 턱샘과 자신의 사이를 이어가라 외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럼, 이젠 내가 답할 차례네."
"...차코."
"난 형이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았어. 하지만,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형을 설득하고 싶어."
"......."
턱샘의 눈가에서도 끝내 눈물이 흘렀다. 차코는 그걸 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기 위한 자리다.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화해하기 위한... 화해? 그건 될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서로 이야기를 해야하는 자리이기에- 차코도 턱샘도 어떤 태도도 취하지 않았다. 위로는 그 다음이다.
"형을 사랑하는 건 맞아. 하지만, 아루를 향한 내 마음은 그것과는 달라."
"......."
"우리는 남남이지만 형제로서 컸어.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도 그대로야. 난,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
"형을 형으로서 사랑하는 마음도, 아루를 연인으로서 사랑하는 마음도 그저 내 본능에서 우러나왔을 뿐이야. 단지 형제라는 이름에 가려져서, 죄악감에 사로잡혔을 뿐이지."
"......."
턱샘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가깝겠다. 그저 계속 이야기해보라는 듯 침묵을 지키며 차코를 보고만 있었다.
"만약 우리가 입양되지 않은 완전한 남남으로서 지냈다고 해도 이게 죄악이라 할 수 있을까?"
"......!"
"우리 셋 다... 고아원 출신이라며. 그리고 형과 아루는 같은 곳 출신이랬잖아."
"......."
"그럼 정말 말 그대로, 나는 나대로 자라고, 형과 아루는 같이 자라고... 내가 형과 아루를 만나게 되었을 때- 아루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것에 대해서 죄악감을 가질 이유가 있을까?"
"......."
"그것 뿐이잖아? 입양이 되었고, 되지 않았고의 차이."
한 마디로 너무 지나치게 동생으로만 봤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턱샘이 차코도 아루펙도 진짜 '동생'으로만 봤기에- 둘의 출신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원해달라곤 하지 않을게. 하지만, 그저 지켜봐줘."
"...차코."
"마지막 부탁이야. 이것마저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 때는 정말 연을 끊자. 차코는 마지막 말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정말 서로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가장 바라지 않는... 최악의 결과다.
"...하......."
한참 동안 턱샘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차코는 그런 제 형을 기다려주었다.
"...그래, 너희는... 내 동생들이기 이전, 차코와... 아루펙이었지."
한참 후 턱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지... 너희가 형제라는 이름으로 컸다는 그 사실에만 사로잡혀서, 난... 가족이, 이대로 깨어질까봐......."
차코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턱샘은 말을 하다가도 울컥했는지- 그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차코, 1년 전... 네가 내 손을 잡으려 했었지."
"...응."
"나는 그 때... 너희가 형제로서의 선을 넘는다고 생각해서, 매우 불쾌했다. 그 더럽혀진 손을 잡는 것이... 불결하다고, 생각했었어."
"......."
"하지만... 그건 단지, 내 아집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지 않았나 싶다. 너희는 달라진 게 없었을 뿐인데."
"...형."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해......."
턱샘은 울고 있었다. 그 1년 전의 자신이 동생들에게 크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 차코는 그 모습에 자신도 쌓여온 울화의 벽이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다. 이제야... 형이, 형이 아닌... 턱샘 자신으로서, 자신을 바라봐주었다. 그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할까. 기쁨? 서러움? 안도감? 고마움? - 표현하기 어려운 이 감정이 자신의 마음에 닿을 때 차코 또한 울고 있었다. 울면서도, 그는 그 때처럼 다시 턱샘에게 손을 내밀었다. 턱샘은 이번에는 그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그간 서로에게 쌓여있던 오해와 갈등을 눈물로 흘려보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했다고... 미안하다고... 한참을 그렇게 울던 둘은 시간이 흘러 진정이 되자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냐, 눈이 부어선."
"...하하... 누가 할 소리야."
그래도 속이 시원했는지 차코는 눈이 빨개진 상태로 웃어보였다. 그간 속에 담아둔 것을 전부 흘려보냈으니 시원할 법도 했다.
"...아루, 거기 있지? 울지 말고 그냥 들어와."
차코의 말에 문이 열리더니 아루펙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역시 울었는지 눈이 붉어진 채로 그들을 원망스레 보고 있었다.
"...기껏 다 울려놓고 왜 이제 들어오래!"
"푸하하하! 미안해, 하지만 나만 형과 풀 순 없잖아? 너하고야 물론 풀렸겠지만, 그래도 다시 이야기해보라고 불렀어-"
"...아루펙, 너 역시도 할 말이 있는 거였냐......."
턱샘은 한숨을 쉬며 제 막내 동생을 보았다. 아루펙은 괜히 민망해졌는지 얼굴을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 난, 딱히 뭔가 할 이야기가 크게 있는 건 아냐. 그, 형이랑 차코의 이야기, 나도 문 밖에서 들었고... 내 의견도 같아. 형이 그저 우리를 지켜봐줬으면 해. 형으로서가 아니라, 형 자신으로서."
"...그래, 너희들도...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겠군. 특히 차코, 넌... 일단 속에 담아두고 삭히는 Type이니까.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지, 힘들었을지... 마음이 심란했을 거다. 특히 날 볼 때마다."
"잘 아네. 하지만 이젠 괜찮아. 우리, 화해했잖아."
"그래... 그리고 아루펙 너도. 넌 쌓이는 것 없이 전부 풀어버리는 Style이라지만, 우릴 보면서 답답했겠지. 네게도 미안하다."
"응! 난 괜찮아. 나도 그 때- 형이 날 정말 동생으로 생각해 준 마음을 모른 채로 그런 모진 소리를 해서 미안해."
"나도. 형이 우리를 동생으로 생각했던 마음을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형을 향해 그렇게 모진 소리를 했으니까. 미안해."
"...녀석들......."
세 형제는 서로에게 사과한 후 다시 한 번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오랜만에 느껴본 형제의 품은 그리우면서도 따뜻했다... 턱샘도, 아루펙도, 차코도 느끼고 있었다.
"...됐지? 이제 그만 가봐."
서로 포옹을 풀고는 턱샘은 괜히 민망해져 멀리 떨어지더니 등을 돌렸다. 그게 어색함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기에 아루펙과 차코는 눈짓을 교환하더니 일부러 놀리듯 말했다.
"에? 뭐야, 갑자기 이렇게 쫓아 내는 게 어딨어- 차코~ 나 다시 서운해지려 그래~"
"그러게- 턱샘 형, 나 서운해-"
"Quiet! 그, 고, 공부해야 하니 나가!"
턱샘이 작게 바락거리자 아루펙도 차코도 푸하하,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나갈게- 하며 나가는 아루펙에게도, 우리 간다, 공부 힘내- 하며 나가는 차코에게도 환한 웃음꽃이 폈다. 그리고 두 동생들이 나가고 나서 그 자리를 바라보는 턱샘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려 있었다.
형제 간의 유대감과 추억도 비록 쌓여있던 오해와 갈등에 휩쓸려 전부 떠내려갔지만- 상관없다. 다시 쌓아나가면 된다. 세 형제는 모두 그런 생각을 품으며 환히 웃었다.
'프라메모 시트콤 > #좌충우돌_레드_패밀리 (시즌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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